2008년 금융 위기
240만명 고국 떠났지만 임금 삭감 등 긴축 견뎌… 2013년 구제금융 졸업
- 인재 불러들이기
낮은 법인세… 기업 유치… 질 좋은 일자리 창출
지난해 유럽 최고 성장률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던 앨런 달린은 2008년 1년짜리 취업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떠났다. 당시 아일랜드는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문 닫는 기업이 속출했다. 인사 전문가였던 달린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1년 후엔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아일랜드엔 일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취업 비자를 1년씩 연장하며 5년을 보냈다. 달린은 지난해 초 드디어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한 IT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리면서 달린도 일자리를 얻은 것이다. 아일랜드가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4.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덕분이다. 달린은 현지 매체 아이리시타임스에 "연봉도 떠나기 전보다 15%나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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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플래너건(왼쪽) 아일랜드 외무장관이 2008년 금융 위기 때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난 국민의 귀국을 돕게 될 이민자부의 지미 디니한 장관과 함께 지구의에서 아일랜드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3일(현지 시각) 해외 이민자에 세금 혜택과 일자리 알선 등을 제공해 귀국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이리시센트럴
아일랜드가 금융 위기 때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난 인재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아일랜드 정부는 3일 "해외 이민자가 돌아올 경우, 세금 혜택과 일자리 알선 등을 돕는 '글로벌 아이리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금융·부동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켈틱의 호랑이'라고 불렸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아일랜드는 675억유로(약 82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경제만 쪼그라든 것이 아니었다. 우수 인재들도 해외로 빠져나갔다. 2008년 이후 이민을 간 사람이 240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아일랜드는 최저 임금을 시간당 8.65유로(약 1만500원)에서 7.65유로(약 9300원)로 낮추고, 공무원 임금도 10% 삭감하는 긴축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3년 12월 가장 먼저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경제력을 회복한 아일랜드가 가장 먼저 나선 것이 떠난 인재를 찾아오는 일이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7월 해외 이민자 관리와 귀국을 돕기 위해 이민자부(部)를 신설했다. 지미 디니한 장관은 "고급 인재가 없으면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일랜드는 1840년대 대기근으로 전체 인구의 15%가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아픈 이민 역사도 갖고 있었다.
인재를 재유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일자리였다. 아일랜드는 12.5%의 낮은 법인세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은 아일랜드 더블린 사무소를 확장하며 14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해 외국 기업이 아일랜드에서 새롭게 만든 일자리가 1만5000개에 달한다. 이런 아일랜드의 눈에 부채 탕감 등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는 그리스의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일랜드가 지금 "그리스는 애초 약속한 긴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