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주사에서 놀며(遊高住寺): 고려시대 영일정씨 정사도(오천공]저자
偶出村廬成獨遊(우출촌려성독유)/우연히 집을 나와 노닐며
尋僧馬上更悲秋(심승마상경비추)/ 좁은 돌길에서 말위에 앉아 있는 여인의 자태처럼 쓸쓸한 가을을 슬퍼하네!
長松偃蓋如迎送(장송언개여영송)/손을 맞고 보내는 듯이 큰 소나무들이 양산처럼 펴고 있네!
疊山章開屛解挽留(첩장개병해만류)/나를 만류 하는 듯이 산들은 병풍을 치고 있네!
坐久夕陰生邃壑(좌구석음생수학)/한참이나 앉았노라니 저녁 노을에 골짝그늘 생겨나고
風來霜葉亂虛樓(풍래상엽란허루)/빈 누각은 바람속 낙엽에 어지럽구나!
團欒煮茗同淸話(단란자명동청화)/차 끓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니
忘却悠悠放逐愁(망각유유방축수)/나도 모르게 애매한 시름 말끔히 잊어지네
[추가해설]
*고주사(高住寺)란 선비 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유한 것으로 차시에서 백문절(白文節)은 화엄사에서 ‘부들방석에 찻잔 놓고 얘기하며 소일하네’, 남양부원군 홍규(洪奎)는 ‘찻사발은 깊은 것을 쓰지 않네’, 오천군(吳川君) 정사도(鄭思道)는 고주사(高住寺) ‘자리에 둘러앉아 차 끓여 마시며 청담을 나누네’라고 했고, 정추(鄭樞)는 ‘눈물(雪水)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했다”고 말한다.[ 자료참조: 세계일보 2019.9.25. 박정진의 차맥 고려 선비 차인들(41)]
** 심승(尋僧)이란 ‘隱寂尋僧(은적심승)’이라고도 하는 시인데, 隱寂은 ‘고요하고 쓸쓸한
곳에 숨어 삶’, ‘은적산’ 또는 ‘은적암’ 중 하나로 쓴 말이겠다.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이라
좁은 돌길을 말한다.
***마상(馬上)이란 삼상[마상(馬上), 장상(墻上), 누상(樓上)]을 말한다. 마상은 말 위에 앉아 있는 여인의 자태를, 장상은 담장 위로 얼굴을 내밀고 내다보는 여인을, 누상은 누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