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西樓歌送鄭玉壺(죽서루 가송 정옥호)-채제공(정조때 영의정)저자
(한양으로 돌아가는 정옥호를 송별하며 죽서루에서 노래를 하다)
君是竹樓州(군시죽루주)
我是竹樓客(아시죽루객)
그대는 죽서루의 주인이고
나는 이 죽서루의 손님이로세
主人餉客以竹樓(주인향객이죽루)
客遷如歸樓上宿(객천여귀루상숙)
樓上無論客與主(루상무론객여주)
往日之遊眞自得(왕일지유진자득)
주인은 죽루에서 객을 맞아 대접하니
객은 밀려와서 제집인양 루위에 투숙하니
루각 위에서도 주객을 논할 것도 없이
지나간 날의 담소 진정 만족했도다!
東方日出便相呼(동방일출편상호)
君以籃與我桃竹(군이남여아도죽)
樓下澄江緣影開(루하징강연영개)
紋窓繡闥無纖埃(문창수달무섬애)
동쪽 해가 떠오르면 서로 불러 찾았나니
그대는 남여 타고 나는 도죽장을 짚으니
루각 아래 맑은 강물엔 흰비단 그림자가 펼쳐지고
무늬 아로새긴 창문에는 티끌 먼지도 없는데
席上烟茶美人擎(석상연다미인경)
氷紈霧殼薰香來(빙환무각훈향래)
半酣君詩已揮筆(반감군시이휘필)
我亦豪吟倚樽罍(아역호음의준뢰)
모인 자리엔 미인이 연다를 받들고 오면
빙설 안개 같은 비단옷에선 향기가 풍겨왔네
거나하게 취한 그대가 시를 짓느라 붓을 휘두르면
나 또한 호탕하게 술통에 기대어 시를 읊었고
有時爭棋鬨如怒(유시쟁기홍여노)
聲氣當場兩不摧(성기당장양불최)
太乙花舫泛中流(태을화방범중류)
相與拍肩無嫌猜(상여박견무혐시)
때로 바둑을 겨루면서 화난 듯이 싸울 때면
바둑판 위에서 둘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지
태을의 그림배를 타고 물 위를 유람할 때면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의 없이 벗하였네
君將跌宕黑自首(군장질탕흑자수)
我忘罪纍親墨綬(아망죄루친묵수)
大魚能解時聽曲(대어능해시청곡)
漚鳥同看小垂手(구조동간소수수)
그대는 질탕한 놀이로 내 백발을 검게하니
나는 죄인의 신분을 잊고 수령을 벗하였네
음악을 아는 큰 물고기는 때로 와서 연주를 들었고
갈매기는 우리와 더불어 소수수 추는 걸 보았지
人生此落方未央(인생차락방미앙)
如何西入終南堂(여하서입종남당)
惟有竹樓同我在(유유죽루동아재)
卧聽江聲愁夜長(와청강성수야장)
인생에 이러한 즐거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어찌해 서쪽으로 종남산 집에 든단 말이오
오직 죽서루만이 나와 함께 여기 남았나니
강물소리 누워 듣는 시름겨운 밤이 길고 길리라
東華不可以久住(동화불가이구주)
紅塵撲面紛如霧(홍진박면분여무)
使君無負竹樓約(사군무부죽루약)
誰其證者雙白鷺(수기증자쌍백로)
한양의 조정에는 오래 머무를 수가 없는데요
붉은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얼굴을 때린다오
사군이여 부디 죽루의 약속을 저버리지 마소
누가 증인인고하니 한 쌍의 백로라오